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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nch embroidery (Mirror) - 엄마를 위한 프랑스 자수거울, 화명수목원을 보고

by 객없는여관 2021. 1. 3.

 

 

 

 

엄마는 꽃을 좋아한다.

아마 회랑 돈 다음으로 제일 좋아한다.

프로필 사진도 꽃이고,

주말 나들이라도 하면 꼭 꽃 사진을 보내온다.

 

예전에, 아주 어릴 때는

집에 발을 들이는 식물마다 말라버린다며 아쉬워 했는데

요즘 찾아가 보면 베란다가 온통 화분이다.

잘 자란다.

세월에 여유가 생기신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무튼간 좋은 일이다. 좋아하는 식물들 곁에 두고 자주 보시면 얼마나 좋아.

 

*

 

사람도 여유가 있어야 자란다

예전에, 함께 살던 때는

밉고 무섭고 답답한 일이 많았는데

멀리 서울에 와있는 지금 부모님은

멋있고 고맙고 든든한 어른이시다.

 

나는 선물 주는 것을 좋아해서,

고마운 일이 있거나 필요하겠다 싶은 것을 사거나 만들거나 해서 건넨다.

독립한 이후 부모님에게도 가끔 보낸다.

이것도 그렇게 만들었다.

 

그날은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였고,

예전에 살던 동네에 꽃을-식물을 보러 갔다.

 

 

화명수목원

 

*

 

가을이 조용하게 내려앉아 있었고,

약간은 쌀쌀했다.

화명수목원은 어릴 때 살던 동네 근처인데, 

아마도 이사나오고 지어졌다던가 그런 것 같다.

부모님은 종종 오시는 모양이다.

 

산 중턱에 지어져 있어서,

수목원 지형도 꽤나 오르막길이다.

바삐 걸으며 카메라에 담았다.

엄마는 바다와 산이 가까운 곳에서 나고 자랐다.

숲 해설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잎이 동글동글한 식물이 좋다고도 했다.

 

 

 

왠지 그러고 싶어서

이 날 사진으로 담은 나무와 꽃들을 모티브로

프랑스자수를 수놓았다.

 

연보랏빛 꽃이 예뻤으니 크게,

빨간 열매도 한쪽에, 

하늘 밑에 조금 창백했던 잎파리들도 옆에.

 

짬짬히 일주일정도 걸렸던 것 같다.

그리고 거울로 만들었다.

양면은 불편할 테니 단면 자수로. 

자수만 놓았을 때 희미하던 형태가

용도를 갖추면서 구체화되는 순간이 즐겁다.

 

엄마는 화장을 진하게 하지 않지만

이 거울은 오래오래 잘 바라봐 줄 것 같았다.

 

좋아하는 꽃처럼 

엄마의 하루에 여유를 주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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