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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역을 찾게 된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춘천 여행이 생각보다 조용히 마무리되고
이대로 서울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워서.
가는 길에 무언가 없을 까 노선도를 보다가 그냥 내렸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인 듯 역사를 단장해 두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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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어디로 가는 것이
김유정문학촌이나 레일바이크를 타러 향하지 싶었다.
혼자기도 하고, 조용한 곳이 더 좋아서 지도를 뒤져보다가
작은 책방이 있길래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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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행이라는 게 이렇다.
혼자 움직이다 보면
의도치 않게 계획이 바뀌기도 하고
없던 의도라는 것이 생기기도 하고
그것이 오히려 마음에 쏙 들어버려서
여행의 색을 단번에 바꿔놓기도 한다.
원래는 닭갈비나 먹고 어슬렁 자전거 타려고 했던 춘천 여행인데
갑자기 찾은 독립서점 덕분에
작정했던 때보다 훨씬 선명한 가을 날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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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색채를 배우거나 하지 않아서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색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날 초록 풀 속에 앉아있는 검정이 멋졌다.
10분 정도 걸어서 책방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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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레책방은 크게 중고서적과 독립출판물이 중점인 곳으로 보였다.
심리학, 미술사, 철학쪽이 눈에 많이 띄었고
아기자기한 꾸밈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주인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집어든 책의 작가분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해 주셨다.
클래스와 간단한 모임을 계속 하시는 것 같았고,
잠시 이야기 나누는 와중에도 이웃 주민이 와서 커피를 나눠주고 가셨다.
공간과 주인분에게서, 지식에서 우러나오는 여유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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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과 작은 원고지를 하나 샀다.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 안리타
상실과 그에 따라오는 혼란을
처절한 단어로 표현하는 작가였다.
정확히 찔러오는 깊이감이
이 분의 이유있는 아픔에 공감하게 했다.
서점을 나와 경춘선에 오르기 전
편의점에서 급히 펜을 하나 샀다.
뭐든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서 쓰고 싶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는 공간과 책이었다.
봄이 오면 실레책방에 다시 가려 한다. 인사 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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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차를 기다리려니
해야할 일을 마침내 한 것처럼
혹은 할 일이 분명해 진 것처럼
개운해짐을 느꼈다.
편한 대로 살아가려면 그렇게 살아가진다.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가끔 이런 자극이 필요하다
좋은 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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