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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nch embroidery (Mirror) - 엄마를 위한 프랑스 자수거울, 화명수목원을 보고 엄마는 꽃을 좋아한다. 아마 회랑 돈 다음으로 제일 좋아한다. 프로필 사진도 꽃이고, 주말 나들이라도 하면 꼭 꽃 사진을 보내온다. 예전에, 아주 어릴 때는 집에 발을 들이는 식물마다 말라버린다며 아쉬워 했는데 요즘 찾아가 보면 베란다가 온통 화분이다. 잘 자란다. 세월에 여유가 생기신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무튼간 좋은 일이다. 좋아하는 식물들 곁에 두고 자주 보시면 얼마나 좋아. * 사람도 여유가 있어야 자란다 예전에, 함께 살던 때는 밉고 무섭고 답답한 일이 많았는데 멀리 서울에 와있는 지금 부모님은 멋있고 고맙고 든든한 어른이시다. 나는 선물 주는 것을 좋아해서, 고마운 일이 있거나 필요하겠다 싶은 것을 사거나 만들거나 해서 건넨다. 독립한 이후 부모님에게도 가끔 보낸다. 이것도 그렇게 만들었.. 2021. 1. 3.
Oil Pastel Drawing - 죽은 고양이의 꿈에게(Dead cat's illusion) 늦은 밤 지하철을 나와 집으로 향하던 길뻣뻣이 누운 그림자를 발견했다. 내가 사는 곳은 근처에 식당이 있어한두마리 거닐던 고양이들이고기같은 것을 얻어먹고는세력싸움을 하고 새끼를 낳고 불어났다가또 별안간 사라지기도 하고 그런 곳이다. 죽음을 머리로 아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은 다르다만지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측은한 마음과는 다르게도 그 자리 가만히 서서 안타까워만 하게 되었다 함께 바라보던 사람이 근처의 가게에 알렸고곧 치운다고 합니다. 네에. 들어가세요를 끝으로 더 서성이는 것도 겸언쩍은 일이 되었다 * 생명은 나와 가까울수록 무거워지는 가치이다늘 존재만 하던 것이 갑자기 내 것인양 미어지고 발길을 붙잡는 것은그저 죽음이 낯설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이 미안해서 그렸다새까맣던 고양이는 길게.. 2021. 1. 3.
경춘선 따라 여유롭고 따사로운 춘천여행(2) - 김유정역을 찾게 된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춘천 여행이 생각보다 조용히 마무리되고 이대로 서울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워서. 가는 길에 무언가 없을 까 노선도를 보다가 그냥 내렸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인 듯 역사를 단장해 두었더라. - - 다들 어디로 가는 것이 김유정문학촌이나 레일바이크를 타러 향하지 싶었다. 혼자기도 하고, 조용한 곳이 더 좋아서 지도를 뒤져보다가 작은 책방이 있길래 걷기 시작했다. - - 혼자여행이라는 게 이렇다. 혼자 움직이다 보면 의도치 않게 계획이 바뀌기도 하고 없던 의도라는 것이 생기기도 하고 그것이 오히려 마음에 쏙 들어버려서 여행의 색을 단번에 바꿔놓기도 한다. 원래는 닭갈비나 먹고 어슬렁 자전거 타려고 했던 춘천 여행인데 갑자기 찾은 독립서점 덕분에 작정했던 때보다 훨씬.. 2021. 1. 2.
경춘선 따라 여유롭고 따사로운 춘천여행(1) - 가슴이 답답해서 여행길에 올랐다. 지난 20년 9월의 일. 시외버스도 무섭고 열차도 걱정돼서 늘 타는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곳을 찾았었다. 이눈치 저눈치가 힘들어 떠나는 여행인데, 여행지 선택도 자기검열이 되어 버린다. 변화된 환경의 진짜 어려움은 마음이 좁아지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해가 바뀌어 서울에 온 지도 벌써 6년 차지만, 가보지 못한 곳이 생각보다 많더라. 용인, 인천, 김포, 수원..두루 고민하다가 1박을 하지 않고도 가볍게 둘러볼 수 있겠다 싶어서, 춘천엘 가보기로 했다. 경춘선, 자전거, 막국수, 닭갈비, 호수 뭐 이런것들을 생각하고 대충 출발했다. 혼자 여행도 두세번이 넘어서면 여권-지갑-핸드폰 외에는 뭐 다 단촐해진다. 작은 것들은 가면서나, 가서 다 해결할 수 있다. - - 상봉역.. 2021. 1. 2.